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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은 순수 대중문화보다 못하다?
라이트노벨은 순수 대중문화보다 못하다?

NT노벨을 필두로 우리나라에 라이트노벨이 소개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는 수많은 브랜드에서 일본 라이트노벨(이하 라노베)이 정발되고 있고 국내 라노베 브랜드도 생겨나거나 혹은 생겨날 예정에 있습니다. NT노벨밖에 없었던 시기에는 즐기는 사람이 적은 마이너한 취향일 수 밖에 없었지만, 작품의 증가와 함께 서서히 독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라노베를 즐기며 감상을 이야기하는 문화도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지요.

 문제의 발단은 사실 여기부터일 것입니다. 특정 집단만을 위한 문화라면 트러블이 생길 일은 없었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다면 비슷한 성격을 가진 기존의 가치와 충돌하게 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죠. 라노베를 즐기는 독자들이 양지로 나오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순수문학(이라고 주장합니다만, 대중문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확할 법한 작품군)을 많이 읽어왔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라노베 자체의 가치를 폄하하면서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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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다툼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어느 한쪽만이 아닙니다. 소위 'X고딩'이라고 불리우는 스스로 성인 이상의 자아성취를 이루었다는 착각에 빠진 청소년들이 몇몇 심오한(혹은 심오한 것 같은) 라노베 계열의 작품을 기존의 문학작품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숭배하고,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행위 또한 절대 박수를 보낼 수는 없는 행동인 것이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라노베가 점점 더 양지로, 또 일반인들에게 퍼져나가면서 이러한 갈등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X고딩'이 아닌, 양식있는 골수 라노베 독자층에서 말입니다. 이문열 씨의 삼국지에 나오는 '국가 말기에 등장하는 반동세력의 구성(황건적에 대해 설명하면서)'의 예로 따르자면, '능력은 갖추었으나 열정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를 보게된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식자급 라노베 독자층 중에서도 '아 그래, 라노베는 재미있지만 순수문학 작품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야' 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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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노베로 시작하여 문학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약하고 있는 작가분으로는 대표적으로 사쿠라바 카즈키 씨와 아리카와 히로 씨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분명히 라노베를 인정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은 순수문학계에서도 통할만한 작품을 쓸 수 있고, 레벨을 낮추어 라노베를 집필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식으로 문학군의 레벨을 나누는 행위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도서문화를 발전시킨 업적을 갖고 있는 재상 마자랭은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라는 말로 도서의 공공이용을 강조했습니다만, 그가 이야기한 장서라 함은 문학,희곡 등의 장르는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마자랭의 도서관 사업을 돕고 도서관 사에 공헌을 한 인물로 알려진 노데는 희곡과 소설, 로맨스 등을 경멸했다고 합니다. 종교 개혁과 르네상스 시대 이후 폐쇄적이었던 도서 문화가 유럽에서 개방적으로 변화한 것은 분명히 맞는 이야기이지만, 이 때만 해도 그들이 즐겼던 장서라는 것은 문학, 즉 소설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비단 프랑스 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있는 도서관인 보들리안 도서관의 창시자 보들리 역시,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나 희곡과 같이 가벼운 읽을거리는 잡동사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멀고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껏해야 200년~300년도 안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학이라는 작품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에 속하는 장서의 성격을 나누는 것은 어떠한 절대적인 권위가 아니라, 시각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도 대중문학을 쉽게 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위에서 이야기했던 당대의 위인들의 시각을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해간다는 것입니다.

 순수문학의 틀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지나치게 세속적이라는 관점으로 대중문학을 비판하고, 또 대중문학의 틀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유치하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라노베를 비판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입니다. 각각의 작품군은 포함하고 있는 특징과 속성에 따라서 나뉘는 것이지, 무슨 프로스포츠 경기처럼 순수문학은 1부리그, 대중문학이 2부리그, 라노베는 3부리그라는 식으로 레벨을 나눌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상한 체 베스트셀러라고 선전해대는 대중문학을 읽으면서 "왜 넌 그렇게 만화책 같은 책을 보니?" 라고 묻는 사람에게는 차가운 비웃음만을 되돌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글쓴이  Laphyr http://laphyr.egloos.com/158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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