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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드라마 (1)
문화수용 교류에 대해서
문화수용 교류에 대해서

저는 처음에 미드, 일드라는 말을 잘 몰랐습니다. 원체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언론에서까지 사용되는 용어에 대해서는 반응이 느렸던 까닭도 있었겠죠. 어느 시점인가부터 미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다양한 케이블 TV를 통한 보급으로 그러한 열풍은 자연스럽게 한국 전체에 뿌리내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 자신도 미드에 빠져들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보기 시작한 X파일을 빼놓지 않고 즐겼고, 더빙한 성우님들 때문에 보기 시작한 ER을 녹화까지 해가면서 아꼈으니까요. 하지만 PC통신 시절인 그 당시에는 아직 미드, 일드와 같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내가 그랬었다'는 인식은 쉽게 생겨나지 않더군요.

 오늘 있었던 수업에서, 교수님이 정보력을 통한 문화 종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정보가 곧 무기가 되는 사회에서는, 문화적인 부분 역시 큰 힘을 발휘한다는 당연한 말씀이긴 했는데요. 여기서 우리나라의 미드 열풍과 중화권의 한류를 이야기 하시더군요. 귀에 확 들어오는 것은 차이점의 매력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미드가 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가? 반대로 한국 드라마가 대만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는 까닭은? 거창한 문제 같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차이점에서 오는 매력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차이점은 당연히 긍정적인 차이점으로, 배우의 연기나 카메라의 각도, 혹은 시나리오 등 무언가 자국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라는 논지셨습니다. 결론은 정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문화를 알고 수용해야지 무작정 좋아하면 결과적으로 문화 종속이 되어버린다는 얘기였는데, 저는 '차이점의 매력'이라는 부분이 더 와닿더군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라이트 노벨에 대입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라노베의 종주국이 일본이라는 것에 토를 달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수용만 하다보면 문화 종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생각이 듭니다.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시드노벨 홈페이지의 공모전 작품들을 읽어본 이후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나라 라이트노벨이 일본에 통할 것인가-? 이 얘기는 참 좋은 떡밥 중 하나입니다. 국내 라노베나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획기적인 성공 케이스가 없는 까닭은, 역시나 위에서 언급한 '차이점의 매력'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굳이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비슷하고 익숙한 국내 레이블이 많다면 꼭 선택할 필요도 없겠죠.

 다소 오래된 얘기지만, <겨울연가>가 히트 친 이유에 대한 분석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거기에 등장하는 배용준 씨가 보여주는, 부드럽고 상냥하면서도 믿음직한 남성상이 이질적인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참 원론적이고, 또 지겨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일본 → 한국뿐의 체제가 아니라, 일본 ↔ 한국의 체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같은 영역에서 일본의 것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는 없는 한국의 매력'은 꼭 전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현실이죠. '일본에는 없는 한국의 매력'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소재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또 현실적으로 국내 독자들이 이미 일본의 것 - 여기에는 이미 차이점의 매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에 많이 물들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매력을 내세운 작품이 나온다고 호응을 얻을지도 미지수이고 말입니다.
 

글쓴이Laphyrhttp://laphyr.egloos.com/206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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